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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시의 경찰청은 항상 시끄럽고, 먼지가 날리고, 소리 지르는 사람과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사람으로 우글거렸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라 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 으레 그렇듯, C시에서도 빈번하게 범죄가 일어났다. 작게는 절도부터, 크게는 살인까지. 이따금 아주 사소한 다툼으로 경찰청에 찾아오는 사람, 민원을 제기하러 온 사람, 보호 대상이 되어 잡혀 온 사람 등,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C시의 범죄율은 낮은 편이었다. 

범죄와 맞닥뜨리며 험한 일에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 용기가 필요한 직업인 만큼, 늘 인력난에 시달리는 건 당연했다. C시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그러나 그토록 낮은 범죄율을 유지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인력이 적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직하는 사람은 적었고, 안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유. 일반인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 누군가에게 설명조차 할 수 없는 사실. 

“지~부~장! 빨리요,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돈가스 덮밥 다 나가겠어요!” 
“그렇게 맛있는 돈가스 덮밥을 놓치실 거예요?!” 

C시의 경찰청은 지부였다. 근무하고 있는 경찰이 모두 오버드인. 그렇기에 아주 적은 노력으로도 큰 결실을 맺을 수 있고, 오버드만 있다 보니 당연히 다른 경찰청에 비해 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가겠습니다. 서류 정리도 방금 막 끝났으니까요.” 

종이 뭉치를 책상 위에 두드리며 모양을 정리하던 C시의 지부장, 이반 리에트로가 온화하게 웃었다. 서류를 클립으로 집어놓고 자리에서 일어서 발을 내디딘다. 정신없이 서류를 정리하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경찰청 앞에는 배고픈 경찰들을 노린 여러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종류는 갖가지였지만 그중에서도 맛집은 사람들 사이로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 덮밥집의 돈가스 덮밥이었다. 하도 인기가 좋다 보니 점심시간에는 금방 동나곤 해서, 시간이 되자마자 달려 나가야 했다. 그게 지금 에이전트들이 이반을 재촉하는 이유였다. 

“시간이 좀 아슬한데… 현랑 선배가 완전수화 해서 저희를 업고 달리는 건 어때요?” 
“도심에 거대 호랑이 나타났다고 뉴스 보도될 일 있냐?” 

그 말을 재빠르게 들은 건지, 손끝부터 날카롭게 갈린 발톱이 돋아나는 것을 크라드가 황급히 그림자를 움직여 잡았다. 완전수화한 채로 빠르게 가지 못한다는 현실에 현랑이 시무룩하게 다시 손을 되돌렸다. 

*

다행인 점이 있다면 덮밥집은 그리 멀지 않았고, 그날따라 사람이 적었다. 두 개의 테이블을 맞붙여 만든 커다란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메뉴를 주문한다. 사람은 6명. 음식은 12인분. 이 중 7인분은 현랑의 것이었다. 

한 번에 많이 주문한 탓인지 음식이 전부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배고프다며 투덜거리고, 물만 연신 들이키며 괜히 반찬을 하나씩 집어 먹고 있을 때쯤 나온 돈가스 덮밥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고슬고슬한 밥, 달고 짭조름한 소스, 그 위에 듬뿍 올라간 바삭바삭한 황금빛 돈가스. 아주 단순한 재료들이었으나 맛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잘 먹겠습니다. 습관적으로 인사를 하고 이반이 막 한 입을 먹으려는 때였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이반은 익숙하다는 듯이 먼저 먹으라는 듯 손짓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네, 네… 하지만 그 임무라면 저번에 보고서로 정리해서 보내드렸는데….”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 나가는 모습을 다섯 쌍의 눈이 바라보다가, 역시 익숙한 것처럼 식사를 시작했다. 이반에게 시도때도 없이 전화가 오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네, 전화 받았… …네? 그 자료라면 아래에서 다섯 번째, 왼쪽에서 세 번째 책장에 있습니다. 급하시다면 자료의 요약본이….” 

이반은 그럴 만한 그릇이 안 된다며 본인이 한사코 거절한 탓에 경찰청장을 맡고 있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경찰청을 아우르고 지휘하는 건 사실이었다. 

“네, …그 용의자라면 분명 심문 예정이 잡혀 있습니다. 곧 있으면 재판에 회부될 테니….” 

거기에 C시의 지부장이기까지 하니, 다른 지부와도 소통해야 했고, 각종 임무를 받아 적절하게 분배하고 때로는 직접 현장에서 뛰기도 했다. 

“다음 지부 합동 회의는 한 달 뒤인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저희 지부에서… 네, 필요한 준비가….” 

분명 바쁘고 정신없고, 온종일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건 사실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반의 핸드폰이 다섯 번째 울리고, 이제야 막 한 숟가락을 입에 넣은 이반이 다급하게 우물거리는 것을 본 재환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쳤다. 

“그만 좀 해라! 그만! 그놈들은 밥도 안 먹는대냐?! 나비!” 
“알겠습니다.” 

나비라는 애칭으로 불린 현랑이 재빠르게 이반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현랑의 손에 비하면 작게 보이는 그 핸드폰은, 와작, 하는 소리를 내며 손안에서 형편없이 구겨졌다. 급하게 음식을 삼키던 이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재환도 앞에서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마, 내가 언제 부수라고 했어!” 
“아닙니까?” 
“아니지, 당연히!” 

핸드폰을 이루는 부품이란 이렇게 나약한 거였구나. 아니, 키마이라 앞에서는 당연한 건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이반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부서져 버린 건 어쩔 수 없고, 최대한 빨리 새 핸드폰을 사서 개통하는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 안에 들어 있는 자료나 번호는 전부 기억하고 있다. 다시 경찰청으로 돌아가면 업무에 지장은 없을 터였다. 

“거… 아무튼, 이제 밥 좀 먹어라.” 
“네, 그래야겠죠….” 

얼마 남지 않은 점심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배를 채우기 위해 숟가락을 움직였다. 꾸역꾸역 입안에 밥을 밀어 넣던 이반은, 결국 절반을 겨우 먹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환과 현랑은 그 모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똑같이 절반을 남긴 크라드만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업무의 시작이다. 이반은 한숨도 쉬지 않고 서류를 정리하고 밀려드는 전화를 받았다. 이반의 책상에는 전화기가 두 개 있었다.

 

“네, 강력계 팀장 이반 리에트로입니다. 말씀하세요.” 

하나는 경찰청의 전화였고, 

“C시 지부장 이반 리에트로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다른 하나는 C시 지부의 전화였다. 

원래대로라면 쉼 없이 울릴 이반의 핸드폰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겠지만, 완전히 박살 난 핸드폰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핸드폰이 부서져서 좋은 점은 전화벨이 세 개가 동시에 울리진 않는다는 점이었고, 나쁜 점은 전화벨 두 개가 동시에 울리는 일이 잦아졌다는 점이었다. 

쉴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이반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스스로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그로서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연신 키보드를 두드리고, 종이에 글을 쓰고, 몇 번이고 통화를 주고받던 이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끼익,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일제히 이반에게 시선이 쏠린다. 굳이 주목시킬 필요가 없어진 이반이 작게 웃었다.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움직임을 보이던 두 폭력 조직이 부딪힌 걸로 보이며, 상해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급히 지원 요청을 받은 상태입니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고르던 이반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졈이 나타났습니다. 아직 피해를 주지는 않았으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의 지원을 바란다고 합니다. 다른 팀은 각자 맡은 사건으로 바쁘니 저희가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거리가 있으니 두 팀으로 나뉘는 걸로 하죠.” 

언제나와 같은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 이반은 어느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타인을 이끌었다.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상황은 그 견고한 이성에 미세한 흠집조차 내지 못 했다. 

“재환 선배, 크라드, 히카루는 졈을 제압하러 가주세요.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갑작스럽게 행동할 수 있으니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 현랑과 라일락은 저를 따라오세요. 폭행 사건을 저지하고 두 조직을 체포하러 가겠습니다.” 

이반은 공포탄을 장전해둔 권총을 허리춤에 차고 겉옷으로 가렸다. 제각기 일어난 강력계 팀원이자 에이전트들이 나갈 채비를 했다. 재환은 익숙하게 크라드와 히카루를 데리고 먼저 나갔고, 이반은 몇 번이나 현랑과 라일락에게 사람을 으스러뜨리거나 죽이면 안 된다고 일러두고 나서야 길을 나섰다. 

*

폭행 사건의 현장은 소란스러웠다. 몇몇 경찰이 말리고 있긴 하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이펙트를 쓸 수도 없어서 난감해하고 있었다. 

“현랑, 라일락. 지금부터 상황을 정리하죠. 무력을 써도 좋으니 제압해주세요. 단, 죽이는 건 안 됩니다.” 
“부러뜨리는 건 됩니까?” 
“죽이지만 않으면 돼요?” 
“…최대한 상처 없이 제압해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라일락이 오른쪽으로 달려 나갔다. 현랑은 그걸 보고는 왼쪽으로 향했다. 괜찮을까. 두 사람을 믿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피어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반은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경찰인 걸 단숨에 알아본 조직원들은 저마다 도망가기도 하고, 그중 자존심이 남아있는 부류는 주먹이나 칼 같은 흉기를 휘둘렀다. 그건 이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주머니칼을 든 조직원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폭력 사태에 노출되고, 자신도 다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타인을 해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흥분했나. 한없이 가볍게 생각에 마무리를 지으며 이반은 몸을 틀어 칼을 피했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의 궤적이 보였다. 그 틈을 파고든다. 내지르는 칼날을 아슬하게 빗겨나가며 칼을 든 손목을 강하게 내리친다. 순간 손이 벌어지는 때를 놓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칼을 발로 차 멀리 날려 보냈다. 그리고 곧장 힘을 실은 주먹으로 복부를 가격한다. 일련의 과정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기절한 조직원에게 수갑을 채워 근처 난간에 달아둔 후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어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현랑과 라일락은 누가 더 많이 기절시키는지 내기라도 한 듯이 현장을 휘저었고, 이반도 착실하게 자신이 기절시킨 조직원들을 체포했다. 단 세 명의 지원으로 현장 정리가 빠르게 마무리됐다. 이반은 혹시 동료 경찰이 다치진 않았는지, 휘말린 피해자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다친 사람은 병원으로 신속하게 보내고 나서야 사건의 종료를 알렸다. 

*

경찰청으로 돌아와서는 체포한 조직원들을 심문에 넘겼다. 직접 심문해도 되는 일이었으나, 사건 경위를 보고서로 작성하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빠듯할 듯 싶었다. 이반은 다시 자리에 앉아 뻑뻑한 눈을 문지르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도중에도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졈을 제압하러 갔던 세 명이 돌아온 건 그로부터 조금 더 지난 후였다. 죽을 뻔했다며 호들갑을 떠는 히카루의 볼을 재환이 꼬집었고, 그 뒤로 크라드가 들어왔다. 눈대중으로 봐도 다친 곳은 없는 듯한 모양새에 이반이 웃었다. 

“이놈 자식이 거기서 빛을 터트려서 내 눈을 없애려고 했다니까!” 
“선배도 지하실에서 불냈잖아요~.” 
“히카루… 선배한테 예의 바르게 말해야지.” 
“됐거든. 예의는 얼어죽을 놈의 예의… 바라지도 않는다.”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연신 투덜거리는 목소리들로 공간이 꽉 차며 시끄러워진다. 창밖으로 내려앉은 노을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이제 곧 퇴근 시간이다. 쌓여 있던 일은 대부분 끝냈고, 남은 일은 급한 게 아니었다. 야근을 해서라도 오늘 미리 끝내면 다음 날이 조금 더 편하긴 하겠지만. 

“오늘 고생했는데 회식 안 해요, 회식?”
“이틀 전에도 회식하지 않았….”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고생했으니 맛있는 게 먹고 싶다며 아우성을 치는 패턴은 항상 똑같았다. 그리고 이반은 그 똑같은 패턴에 매번 넘어가곤 했다. 그러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 대신 일을 다 끝내셔야 합니다. 내일로 미루는 건 안 됩니다.” 
“그야 물론이죠~. 아, 뭐 먹지?” 
“회식이라면 역시….” 
“국밥이라고 하면 버리고 갈 거예요, 선배.” 

확정된 회식 소식을 들은 현랑의 꼬리가 계속해서 흔들렸다. 묵묵히 업무를 하던 크라드가 희미하게 웃었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누릴 수 있는 이 일상이 좋았다. 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하루가 되길. 모두가 무사하길. 이와 같은 일상을 늘, 한결같이 영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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